마이크론을 그만두며
2018년 5월 중순부터 2019년 1월 중순까지 회사를 다니면서 느꼈던 내용을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입사했던 이유
일본 대기업은 보통 위계질서가 강하고 탑다운 방식이라고 익히 들어왔지만, 미국 회사가 인수한지 수년이 지났고 새로운 산업 분야에 도전해 보고 싶어 마이크론 이라는 회사에 입사를 했습니다.
(마이크론이 인수하기 전에는 엘피다 라는 회사였음)
도전해 보고 싶었던 업무
사내 각 부서들의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한 부서에 지원했기 때문에, RPA나 AI를 통한 업무 자동화/데이터 수집과 분석/레포트 툴 개발등의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하면서 입사하였습니다.
입사 초기의 감상
생각보다 자신이 속한 부서에 IT 전공자나 경험자들이 많지 않았고, 지극히 일부 개인의 능력에 의해 업무가 아슬아슬하게 진행되고 있던 느낌이였습니다.
하지만 미국 회사이기 때문에 자신이 열심히 해서 성과를 낸다면, 좋은 평가를 얻을 수 있을거라 생각하여 열심히 하였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
반도체 엔지니어들의 모든 업무를 알지는 못하지만, 일반적인 생산쪽의 반도체 엔지니어들의 업무라는게 생각보다 복잡하고 어려운 일들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물론 수 많은 데이터들 속에서 의미를 찾아내 결함이 최대한 적도록 이런 저런 작업을 해야 하기에, 시간도 많이 걸리고 쉽기만한 업무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마이크론 일본에 있는 자칭 엔지니어들은 업무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궁리는 전혀 하지 않고, 지금까지 해 왔던 방식으로만 주구장창 일하면서 사람이 적다고 불평만 하는 상황이였습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IT기술이 자신의 업무를 어떤 식으로 도와줄 수 있는지, 그리고 IT업무도 엔지니어적인 일이라는 걸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이러한 느낌을 받으며 IT엔지니어들은 제대로 평가받기 힘들고, 어떠한 좋은 툴을 개발하더라도 어차피 사내에서는 사용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직을 결심하기까지 ..
기본적으로 자신이 속한 부서의 매니저, 그리고 그 주변의 사람들이 인간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신용하지 못할 인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실제로 1년에 한 번 있는 업무평가에서 IT 엔지니어들의 평가가 반도체 엔지니어들보다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하는 업무가 IT적으로 스킬이 전혀 높지 않고, 사내 부서임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엔지니어들의 하청처럼 일을 하고 있었기에 여기에서 오래 일하면 일할수록 자신의 시장가치가 떨어질 것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마이크론에서 느낀점
자신이 대기업과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고는 스스로도 생각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대기업에 다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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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업무나 프로세스의 스피드가 느리고 투명하지 못한 점, 쓸데없는 절차가 너무나도 많은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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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좋은 제안이나 항의 관계없이 의견을 아무리 발신해도 상사까지 왠만해서는 도달하지 못하는 점 - 자신이 거대한 공장의 아주 조그마한 너트도 되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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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이라는 산업분야가 생각보다 IT기술이 녹아들기에 힘들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술적인 장벽보다는 제조업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 자체가 현재의 IT기술의 진보를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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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정치라는 게 실제로 존재하고, 정치를 하는 사원이 아주 쉽게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을 직접적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퇴사는 하였지만 ..
기본적으로 매니저가 심각한 차별주의자였고, 규율/규정들을 아주 간단하게 어기며 개인정보도 서슴없이 누출하는 현장을 목격하였습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건 같은 팀원들 중에 IT업무를 하는 팀원들만 괴롭히는 모습을 보고 ER(Employee Relationship)이라는 부서에 감사를 의뢰하였고, 현재 감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매니저가 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자칭 원칙주의자로써 해서는 안될 행동을 하는 매니저를 두고만 볼 수 없었습니다.
실제로 회사를 다니며 매니저가 했던 행동들을 거의 모두 고발하였지만, 회사 전체가 보수적이고 썩어있는 부분들이 많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징계를 받을지를 두고 볼 예정입니다. 만약 정당한 징계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그 윗선에 있는 아시아 지부의 ER팀에게 메일을 보내던가, 회사 전체 메일을 보내서라도 제대로 된 징계가 이루어 질 때까지 고발을 이어갈 생각입니다.
일본에서의 첫 회사이자 외국계 기업이였기 때문에 많은 기대를 하였지만, 단 8개월만에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이미 전직을 완료하였기에 생활에 크게 문제는 없겠지만, 많은 것이 처음이였던 회사에 적지 않은 실망을 하여 왠지 모를 씁쓸한 감정이 많습니다.
새로운 회사에서 즐겁게 일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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