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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론을 그만두며 - 사내 차별 보고

아주 짧은 기간이였지만, 2019년 1월말까지 근무했던 마이크론을 그만두며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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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에서는, 매니저의 심각한 차별행위에 대해 ER(Employee Relationship)이라는 부서, 즉 사내에서 발생한 윤리/규칙 위반을 조사하는 부서에 고발한 내용을 정리하고자 합니다.


퇴사전 고발

매니저가 부서의 멤버를 크게 두가지 그룹, 자신과 친한 그룹(오래전부터 같이 근무했던 멤버, 사내 교육팀)과 그렇지 않은 그룹(필자 포함, 프로그래밍 팀)으로 나누어

평가/업무관리/정보공유 등의 차별을 하며, 사내 면접등의 개인정보들을 아무 거리낌 없이 주변에 유출하는 모습을 보고 퇴사 1,2달전에 ER이라는 부서에 고발을 하였습니다.

저는 어차피 퇴사를 할 예정이였지만 다른 사원들 중 계속 회사에 남아있어야만 하는 사람도 있었기 때문에, 제가 혼자 프로그래밍 팀을 대표해서 ER팀에 보고를 하였습니다.

그래서 ER팀과 면담을 가지게 되었고 그 자리에서 그리고 그 후에도 꾸준하게 매니저가 어떠한 차별을 하였으며 어떠한 개인 정보들을 유출하였는지 전부 말하였습니다.

하지만 마이크론 내부의 매니저 이상의 사원들은 오래전부터 같이 회사를 다니던 사이이므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많은 기대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퇴사후 ER팀과의 연락

제 개인메일을 퇴사전에 ER팀에게 알려주었음에도 불구하고, 퇴사하고나서 1달이 지나도록 아무런 연락이 없어서 먼저 연락을 하였습니다.

조사는 하고 있는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메일을 보내니 일주일 정도 지나고나서 답변이 왔습니다.

필자 : 벌써 한달이 지났는데, 조사는 진행중이신가요? 이미 퇴사를 하였으므로 구체적인 내용을 알려주지는 않아도 되니 조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만 알려주세요.

ER팀 : 조사를 하였는데 크게 문제는 없는 것 같다. 개인정보 유출에 관련해서는 매니저에게 구두경고를 하였고, 앞으로 지켜볼 예정이다.

필자 : 크게 문제가 없다는 것은 누구를 조사해서 내린 판단인지요? 피해를 받은 멤버들에게 물어본 결과 아무도 조사나 면담을 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대체 누구랑 면담을 하고 그런 결정을 내린건지 궁금하네요.

위의 대화처럼 누구한테 어떠한 내용의 조사를 했는지 물어보니 ER팀에서는 메일을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한 1주일정도 기다린 후에, 전 프로그래밍 멤버들이 아직도 아무런 면담을 하지 않는 것을 파악하고 나서 다시 ER팀에 메일을 보냈습니다.

필자 : 아직도 아무런 조사도 진행되고 있는 것 같지 않은데, 어떻게 할 예정인지요? 아무것도 하지 않을거면 나는 회사 경영진에 메일을 보내거나, 싱가폴 아시아 지부에 연락해서 조사 요청할 것입니다.

ER팀 : 당사자들에게 조사를 하였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다. 마이크론 내부의 프로세스에 따라 경고 조치를 하였고, 앞으로 지켜볼 예정이다.

필자 : 그러니까 그 당사자가 대체 누구인지요? 가해자와 매니저만 조사하고 피해자들을 조사하지 않는 것이 제대로 된 조사인지?

ER팀 : 우리는 내부의 프로세스가 있기 때문에, 그에 따라서 진행할 예정이다.

필자 : 전혀 상식적이지 않은 처리이기 때문에, 절대 납득할 수 없고 이제부터는 내 방식대로 경영진에게 메일을 보내겠다.

위와 같이 차별을 받은 피해자들에 대한 조사는 전혀 하지 않고, 멍청하게 프로세스를 따를 뿐이라는 기계적인 답변만 하는 것을 보고

역시 회사가 썩어 있구나! 그리고 회사의 사원들, 특히 HR 부서가 저렇게 멍청하고 대충 일을 하니 회사가 망해 인수를 2번이나 당했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어쨌든 저는 사원의 차별, 윤리 위반 실태 조사등을 공정하게 해야하는 ER팀이 저런 식으로 일한다면 월급을 받을 가치도 없다 생각하였고, 언제든지 더 많은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였기에 경영진에게 메일을 보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경영진에게 메일

내가 알아서 경영진에게 메일을 보내겠다고 메일을 보낸 2주 후, HR팀 모든 매니저, 경영진, 멤버들에게 일괄적으로 메일을 보냈습니다.

보낸 메일 주소 중에 전체 메일 주소도 섞여있기 때문에 실제로 모든 HR사원에게 메일이 전송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매니저 이상의 사람에게는 개인메일로 보냈기 때문에 확실히 전송이 되었습니다.

필자 : 퇴사 전 부서에서 누구에 의한 차별이 있었고, 이를 ER팀에게 전부 보고하였으나 피해자 조사는 전혀 이루어 지지 않았다. 이런 게 진짜 마이크론의 프로세스인지 전혀 납득이 되지 않느다.

위와 같은 메일을 작성하고 지금까지 ER팀과 주고 받았던 메일을 첨부하여 전송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바로 다음날 경영진 중 HR담당자로부터 답변이 왔습니다.

HR :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충분히 전달되었습니다. 책임자로서 책임을 지고 대응을 해 나가겠습니다. 앞으로 해당 사항에 대해 신경쓰지 말고, 자신의 일에 집중하며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

그래서 저는

필자 : 책임자로써 책임을 지고 대응을 해 나가겠다는 답변은 전에도 받았지만, 아무런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믿을 수 없습니다. 좀 더 구체적인 단어로, 피해자와 면담을 진행하겠다는 답변을 듣고 싶습니다.

라고 답변을 보냈더니 멍청한 ER팀이 경영진 대신에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ER팀 : 어제 답변을 한 경영진의 지시에 따라 조직적으로 대응해 나가겠습니다.

아..진짜 지금 누가 제대로 일을 안해서 내가 경영진한테까지 메일을 보냈는데 지가 답변을 하나 생각해 “너때문에 내가 경영진한테까지 메일 보낸거다. 너가 상식적이고 올바르게 조사만 진행했어도 메일을 보내지 않았을 거다”라고 메일을 보낼까 생각했지만, 귀찮아서 보내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기대는 전혀 하고 있지 않지만 경영진이 대응을 해 나가겠다고 했으니 일단은 기다려볼 예정입니다. 피해를 받은 멤버들이 면담을 하게 될 경우, 저한테 연락을 해 주기 때문에 제대로 조사를 하고 있는지 아닌지는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어차피 경영진도 그 놈이 그놈이라 믿지는 않지만, 1달정도 기다린 후에 아무런 진척도 이루어지고 있지 않으면 또 전체적으로 메일보내서 자존심 상하게 하는 메일을 보내고 끝낼 예정입니다. 싱가폴 아시아 지부에 연락을 해도, 어차피 조직 자체가 내부적으로 썩어 있어서 어떠한 조사도 이루어질 것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조만간 망할 회사라고 생각하지만, 어떠한 차별과 피해가 있을 때 피해자를 면담하고 피해자를 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사항조차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회사는 딱히 존재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의 멤버들이 고인물이 되어 버리면, 조직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마이크론이라는 외국계 회사에서 느끼게 되어 참으로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앞으로 절대로 엮일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Written on April 22, 2019